헌트
- 제목 : 헌트
- 감독 : 이정재
- 출연 :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외
- 개봉 : 2022년 8월 10일 (한국)
- 러닝타임 : 125분
- 등급 : 15세 관람가
*당연히 스포천지입니다.
전두환 시절. 안기부 내부에 ‘동림’이라는 북한 간첩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다.
안기부 13년차 박평호(이정재)와 4개월차 김정도(정우성)는 서로를 의심하며 동림의 증거를 밝혀내기 위한 ‘헌트’를 시작한다.
스파이영화의 전형을 따르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 있다면 바로 이정재가 감독을 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만큼 닳고 닳은 이야기인지라 보기전부터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질텐데,
여기에 정우성, 이정재가 출연해버리니 기대보다는 예상이 앞서고 만다.
두 ‘미남 스파이’가 츤데레마냥 영화내내 으르렁 거리는 그런 모습 말이다.
게다가 배우 출신이 만들었으니 딱히 깊은 얘기 같은것은 없으리라는 선입견.
하지만 헌트는 보기좋게 대부분의 우려를 피해간다.
외계인 (아마도 모든이들이 천만을 넘기리라 예상했던), 한산 , 비상선언, 헌트
올해 텐트폴 영화 4편 중 가장 높은 평을 받았고 나 또한 이 영화를 지지한다.
영화는 박력있는 액션, 첩보 씬으로 포문을 여는데, 서프라이즈 연기를 벗어나지 못 했던 지금까지의 한국영화 외국인 연기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줌은 물론이거니와 사사건건 설명 못해 안달난 방식 대신 , 최소한의 설명을 하고 지멋대로 폭주해 나가는
영국 정통 스파이물을 정직하게 모방한다. (물론 관객 떨어져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낡은 이야기지만 스파이가 누군지 추리하는것은 여전히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이정재일까? 정우성일까? 를 열심히 추리하며 따라가다보면 의외의 지점에 도달한다.
영화의 트릭은 나름 신선하다. 정우성도 아니고 이정재도 아니면서 그 둘 모두가 영화가 찾는 바로 그 ‘동림’인 것이다.
이정재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착한 간첩’ 이고 정우성은 5.18의 원수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착한 쿠데타 세력’ 인 것이다.
비밀이 밝혀지자마자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해지고 둘은 힘을 합쳐 대통령을 암살해야한다.
이 선택은 영화적으로 굉장히 위험하다. 전두환은 실제로 암살되지 않았고 천수를 누린 다음 자연사했기 때문이다.
가장 달아올라야 하는 클라이맥스에 관객들 대부분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영화 <26년>이 그랬듯 , 실화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방전된 차량처럼 징징거리다가만 막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일것이다.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판타지를 부려 영화 밖에서나마 역사를 바꿔버린다면 어떨까? 절대. 한국의 5.18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영화는 한번 더 재기를 부린다.
실제로 전두환이 죽을’뻔’했던 테러 사건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미얀마 순방 중에 아웅산 묘소를 참배하다가 북한이 계획한 테러에 한국정부인사 대부분이 폭사했던 끔찍한 사건. (전두환은 또 천운으로 살아남았다!)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의 주동자가 한국인이었다면? 이라는 상상력은 상당히 도발적이라 클라이맥스의 동력을 유지시키기에 충분했다.
영화내내 친절하지 않았던 연출가답게 , 죽음 앞에 선 두 주인공의 감정선 또한 지나친 브로맨스나 동정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미 감독 이정재는 수많은 영화들을(특히 신세계) 거쳐오며 , 유치한 단계는 이미 지나버린걸까.
*아니 근데 주지훈부터 황정민까지 이어지는 스타 카메오 행렬은 솔직히 집중 깬다.
그러면 관객 더 들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