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600미터 (Fall)
- 제목 : 폴600미터 (Fall)
- 감독 : 스콧 만
- 출연 : 그레이스 풀턴,버지니아 가드너,메이슨 구딩,제프리 딘 모건 외
- 개봉 : 2022년 11월 16일
- 러닝타임 : 107분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스포 많습니다)
영화티켓값 15000원 시대. 극장은 자멸하고 있다.
나름의 사업적인 고충과 합의에 의한 가격이겠지만 관객들의 정서는 한 마디로 표현 가능하다. ‘ 배은망덕도 유분수 ‘
대한민국 영화의 역대 최다 관객수는 명량이 기록했던 1700만명이다.
많게봐야 인구가 6000만명인 나라에서 3분의 1이 한 영화를 관람했다는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사회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죄다 극장으로 총 출동시켜야 가능한 수치다.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게다가 명량 포함해 1000만명을 넘게 기록한 영화는 총 28편이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밥 먹고 영화만 보나? 라는 의문이 드는데 사실이다.
십 수년간 데이트 코스는 밥 - 영화관 - 커피 로 고정되어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코스인 것이다.
벤치에서 몇 시간 수다를 떨거나 롱보드등의 액티비티, 혹은 유원지를 가서 운치를 즐기는 등의 서양식 감성은
우리나라에선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이었다.
실미도가 첫 1000만 스코어를 넘기면서 충격을 안겨줬던 기억은 이제 희미해졌다.
초대형 기획이 아닌 일반 코믹 영화 <극한직업>, 소박한 장르영화 <범죄도시> 등도 가볍게 천만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단돈 만원으로 두 세시간을 시원하게 즐기다 나올 수 있는 극장은 참 매력적이었다.
굳이 너무나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도 습관적으로 극장에 달려갔던 이유이다.
그러나 티켓값이 15000원 시대가 된 이후로는 굳이 서둘러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면 기다렸다가 ott로 감상하게 됐다.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재밋는 영화는 두번이고 세번이고 보러가던 시대는 이제 사라졌다.
극장이 야금야금 가격을 올려도 관객들은 관성에 의해 극장을 찾았지만, 15000원에 이르는 순간 극장은 멸망해버렸다.
산업적 정서로 15000원은 합리적일지 몰라도 , 1000만 신화를 연거푸 달성시켜주던 한국인의 나라에서는
적어도 이것은 배은망덕한 것이었다.
기업은 비정상적인 수혜(1000만)를 누리기만 했지 관객들에게 혜택을 전혀 베풀지 않았고 돌아오는건 매년 무섭게 상승하는 영화값이었다.
<폴600미터>의 예고편을 본 순간 오랜만에 극장에 가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유튜버들이 세계 최고높이의 타워를 올랐다가 꼭대기에 조난당하는 내용이었다.
내려갈 사다리도 없는 상황에서 아찔하게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집에서 본다면 흥이 깨질 것 같아서였다.
영화사도 꼭 극장에서 보라고 연일 홍보중인데 왠지 납득이 갔다.
깜깜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 마치 내가 타워 꼭대기에 있는 기분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을 듯 했다.
영화는 예상 그대로였다. 단 두 명만이 출연하고, 배경도 한정되어있는터라 2시간을 끌고 갈 플롯이 현실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잡다한 반전도 넣고 , 조금 불 필요해 보이는 사연도 들어가 각본이 거칠다.
하지만 극장은 상영 내내 술렁였다.
쾌감을 지나 고통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체험이 있었기 떄문이다.
롯데타워보다 더 높은 철골 구조물(타워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고철)을 오르는 장면에서부터 오금을 저리게 만들더니 ,
사다리가 무너지고 사람이 매달리는 씬에서는 급기야 관객들이 짜증에 가까운 비명을 질러댔다.
사람 한명이 누울 공간보다 더 좁은 철골판때기에 매달려 몇 일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모습은 어느 공포영화보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극단적 스릴에 몰두한 대신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는 영화적 요소도 있었지만, 이 정도 체험을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다시 극장을 찾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좋은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지 않는다. 극장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가진 영화를 위해 지갑을 열 것이다.